디플레이션은 공황으로 연계될 수 있다. 디플레이션은 돈의 구매력을 올려준다. 돈의 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돈이 귀해지면 사람들은 돈 쓰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예를 들어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은 집이나 자동차와 같은 고가품의 구매를 유예한다.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에서 덜컥 집을 사놓고 나서 추가적으로 주택가격이 더 떨어지면 엄청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떨어지는 칼을 잡는’ 격이 되는 것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은 가격 하락이 멈출 때까지 투자를 유보한다. 새로 매입하려는 공장 부지나 기계의 구매가격이 더욱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생산한 상품의 가격이 하락하면 이윤이 감소하기 때문에 기업은 선뜻 신규 투자를 단행하기 어렵다.
결국 소비와 투자의 감소는 전반적인 가격 하락을 초래한다. 가격하락은 생산 위축을 초래하고, 생산 위축은 고용 감소와 임금하락을 초래하고, 실업과 소득감소는 상품과 서비스의 수요를 감소시켜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초래한다. 이러한 현상을 디플레이션 소용돌이(deflationary spiral)라고 한다. 디플레이션이 스스로 다시 디플레이션을 만드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현상은 디플레이션으로 인하여 채무자의 채무 실질가치가 더욱 상승하는 점이다. 가중되는 채무압박에서 벗어나고자 채무자는 소유한 자산과 재고를 처분하고자 한다. 시장에서 자산과 상품의 가격은 더욱 하락한다. 채무자가 미처 갚지 못한 잔여 채무의 실제 가치는 더욱 상승한다. 채무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 역설적으로 채무부담을 더욱 높이는 것이다. 채무를 청산하려는 군중심리로 인한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 결국 개인과 기업이 줄이어 파산하고 은행이 도산하는 공황으로 진전되는 것이다. 1930년대의 세계대공황이 대표적인 역사적 사례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제시한 경제학자는 피셔(Irving Fisher)이다. 그는 “경제 전 영역에 걸친 파산” 이후에야 상황이 궁극적으로 안정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얼마나 처참한 결과인가. 디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보다 더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고문헌: Nouriel Roubini and Stephen Mihm, (허익준 옮김), [위기의 경제학, Crisis Economics], (청림출판, 2010)
[네이버 지식백과] 디플레이션 - 지속적인 가격하락 (경제학 주요개념, 김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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